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딴짓/봉사활동, 기부

점자도서 입력 봉사 후기

by 하찮이 2020. 8. 10.

 

원래는 해비타트 집고치기 봉사를 1년에 한 번씩은 참여하곤 했었지만,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할 수가 없게 되었다. 해비타트 홈페이지의 봉사일정을 봐도 업데이트되는 내용이 전혀 없음. 정말이지 2020년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해가 될 것 같다.

 

고민 끝에 다른 의미있는 일들을 알아보다가 점자 도서 입력 봉사활동이라는 걸 찾았다. 예전에 다른 팀에서 이걸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긴 했었는데, 정작 내가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.

 

서울만 해도 점자도서관이 여러 군데 있는데, 그중에 사는 동네에서 그나마 가깝고 개인 봉사자도 참여가 가능한 마포점자 도서관에서 봉사를 하기로 했다.

 

http://dream.nl.go.kr/hosting/311550/index.do

 

환영합니다. > 마포점자도서관 홈페이지

 

dream.nl.go.kr

 

점자 입력 봉사를 하기 위한 과정은 이러했다.

 

1. 우선 마포점자도서실에 내방해 교육을 받는다. 매일 하는 교육이 아니라서 도서실에 미리 연락해 가능한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.

2. 그 다음엔 타이핑을 하고 싶은 책을 2~3권 정도 골라서 봉사가 가능한 책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. 이미 다른 봉사자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.

3. 봉사가 가능한 책이라면 교육시간에 주는 입력 매뉴얼을 참고해서 5~7페이지 분량의 초안을 작성해 1차로 검토를 받는다. 

4. 이때 별 문제가 없으면 나머지 내용을 최대 3달 내에 입력 완료해서 담당자 분께 보내면 된다. 물론 오타가 없는지 확인해서 보내는 건 필수! 훈글 프로그램에 내장된 맞춤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된다.

 

 


 

원래는 좋아하는 문학작품으로 하려다가 마음을 고쳐 먹고 마케팅 관련 책으로 골랐다. 꾸준히 읽어야 하는 건 알지만 집중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요즘에는 한 권을 끝내는 것도 쉽지 않아서 이참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. 책 이름도 마케팅의 정석이라서 어렸을 때 수학의 정석 공부하던 생각도 나고 암튼 그랬다.

 

해 보니 점자 도서 입력 방법은 일반 도서와는 다른 점이 참 많았다. 페이지나 제목 표시 방법부터 강조, 들여쓰기, 기호 등 입력 방법이 아주 세세하게 정해져 있다 보니 초반에는 한 문단, 한 페이지를 끝낼 때마다 틀린 게 없는지 매뉴얼을 뒤지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. 그래도 30페이지 정도까지 치고 나서부터는 익숙해져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.

 

출처: 마포점자도서실 전자도서 입력봉사 매뉴얼

 

그렇지만 중간중간 그림들이 나올 때마다 매번 처음처럼 막막했다.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면서 데이터의 시각화에 대해 많이 배우고 고민했었지만, 시각장애인 분들을 대상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. 부족함이 많았지만 보다 더 쉽고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표현에 대해 고민을 참 많이 했던 시간이었다. 

 


 

처음에는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끝낼 줄 알았는데, 쉬엄쉬엄 하다 보니 거의 세 달을 다 채워서야 끝마칠 수 있었다. 담당자 분께 수정사항이 없다는 피드백과 함께 그간 고생했다는 메일을 받으니 왠지 뿌듯. 마케팅에 관심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.

 

정들었던 책 <마케팅의 정석>과 이별하기 전 ㅋㅋ

 

하나 아쉬운 점은 봉사에 쓴 책은 도서실에 기증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. 책을 기증하고 나서야 봉사시간을 입력해 줌.

 

다른 점자 도서관도 같은 운영방침인지는 모르겠다. 내 생각엔 이건 봉사자에게 관련 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, 도서실에서 주기별로 도서를 구비하고 그 책 중에 봉사자가 골라 입력을 하게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.

 

봉사자가 중도 포기할 경우 책을 반납받는 게 힘들어서 그런거라면 보증금을 받으면 될텐데. 아무튼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.

 

 

 

그래도

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, 집에서 혼자 작업할 수 있는 비대면 봉사활동이라는 점은 참 괜찮은 메리트였다. 오타나 필수 입력 내용 누락이 없는지 봐야 하다 보니 책 내용도 그냥 읽을 때보다 좀 더 꼼꼼하게 읽게 된다. 이왕 읽을 책이라면 정독도 하고 지식의 나눔까지 할 수 있는 점자 입력 봉사활동에 도전해 보는 걸 추천드린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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