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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찮은 매일/냥반일기

나이 든 고양이 천식 관리하기(w/ Aerokat)

by 하찮이 2020. 3. 31.

 

한 3년 전부턴가 우리 집 냥반이 온 몸이 흔들릴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. 마치 폐에 간지러운 게 들어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. 

 

처음엔 허피스인 줄 알고 얼른 병원에 데려갔는데 그 문제가 아니었다. 진료를 봐주시던 의사 쌤이 아무래도 천식인 거 같다고 하셨다. 

 

"천식이요?"

 

그때까지만 해도 난 천식은 선천적인 질병인 줄 알았기 때문에 엄청 놀랐다. 내 새끼가 천식이라니 ㅠㅠㅠ 

 

어릴 때부터 워낙 건강해서 정기 검진 외에는 병원 갈 일도 별로 없었던 애였다. 내가 너무 충격을 받은 게 보였는지 의사 쌤이 의외로 고양이들이 나이 들면 잘 걸리는 병 중 하나라며 잘 관리해주면 더 나빠지진 않을 거라고 위로해 주셨다.

 

 

 

 

 

지금은 고양이 천식 따위 별로 두렵지 않은 강한 집사로 다시 태어났음.

 

최근 고양이 천식약이 다 떨어져서 병원에 들려 한 통 샀다. 약 이름은 세레타이드이고, 하나에 7만원 대고 약 120회 정도 쓸 수 있다.

 

 

 

 

 

정확히는 124회였군.

 

 

 

 

이렇게 약 마개를 빼서

 

 

 

 

AeroKat 에어로캣이라는 천식약 분사기 뒤에 꽂아서 쓰면 된다. 이 분사기는 아마존에서 직구했다. 그때까지만 해도 이 분사기를 한국에서 쉽게 살 수가 없었다.

 

이거 오기 전까지 얼마나 맘 고생했었는지 모른다. 애는 계속 기침을 못멈추고 기력이 점점 떨어지는 게 보이는데 직구니 또 언제 올 지 모르고.

 

https://youtu.be/-yyIsWjvt2I

 

쓰는 방법은 간단하다. 저 나팔관처럼 생긴 부분에 고양이 주둥이를 넣어서 약을 분사한 후 5~6회 정도 마시는 걸 인디케이터로 확인하면 된다.

 

이걸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2번씩 해주면 끝.

 

말이 쉽지 처음엔 진짜 전쟁이었다. 평생 입에 뭘 끼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었던 애고 고양이니까(이 말이 다 설명해 줄 걸로 생각함) 기대도 안했지만 정말이지 협조를 안했다.

 

지 살릴려고 하는 건데 이 새킨 내가 자기 멱따러 온 사람인 거처럼 발광하고 끝나고 나서도 곁을 안주니 서운 ㅠㅠ 니가 그러는 동안에도 이 집사는 니 밥 주고 약 사려고 회사 간다 이 냥아치야 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

 

 

 

 

 

 

이제는 익숙해져서 '이 또한 지나가리라' 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다. 이렇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. 

 

한동안 아침 저녁으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이대로는 얘나 나나 스트레스로 아플 거 같아서 다른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다. 그러다 학교에서 배운 고전적 조건화가 생각나서(심리학 전공생) 이 천식약 쓰는 일을 좋아하는 일과 연결시켜주기로 했다. 

 

천식약 한 다음 잘했다고 츄르 주고, 천식약 한 다음 궁둥이 팡팡&오뎅꼬치 흔들기 지칠 때까지 해주고 또 다음에도 천식약한 다음 츄르 주고 이러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상을 안겨 줬더니 진짜 어느 순간부터 애가 거짓말처럼 순해졌다. 

 

자기가 가만히 있으면 금방 끝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. 그 뒤에 오는 보상도 달고(간악한 새ㄲ...)

 

아무튼 집안에 평화가 찾아와서 냥반과 집사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해피엔딩 ^^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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